죽은 사람 생각하기

그저께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생각하다가 잠을 설쳤다.
한 명, 한 명씩 생각하다가 순서가 바뀌면 다시 순서를 맞춰서 시작하는 식의..
마치 그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이 무슨 의리라도 되는 양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결국 그러다가 순서가 자꾸 뒤죽박죽 된 채로 잠들었는데, 잠들기 전에 꼭 정리를 해놓겠다는 다짐을;;

또 한 명의 남동생
기억안난다. 두살 터울인 홍희가 태어날 때와 막내인 훈희가 태어날 때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홍희 위 내 바로 밑의 동생이 태어나자마자 죽었다는데..단지 어른들로부터 아빠가 이 동생이 죽고부터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고 담배를 많이 피우게 되었다는 것과 그 동생이 아빠를 많이 닮았었다는 얘기만 들었다.

외할아버지
초등학교 2학년때 돌아가신 걸로 기억한다. 엄마가 나 혼자만 외가에 떨궈놓은 적이 많았다(엄마들이 흔히 하는 약속인 몇 밤만 자면 데릴러오겠다는 거짓 약속을 하고). 엄청나게 소심하고 부끄럼 많고 전혀 사교성이 없는 나로서는 외할아버지가 무섭기만 하였다. 엄청 큰 키에 긴 수염(사극을 생각하면 됨), 긴 곰방대로 담배를 많이 피시고 담배를 많이 피셔서 그랬는지 가래끓는 기침을 자주 하시고 게다가 말씀도 거의 없으셨으니..게다가 난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도 아니었다(어른들 앞에서는 엄마나 아빠 옷에 얼굴을 묻고 주체를 못했으니까 그리고 말도 별로 없었다).
외할아버지 계실 때는 방에 감히 들어갈 엄두도 못내고 외할아버지로부터 '물 가져와라' 등의 외침이 있으면 즉각 외할머니께 전해야 했으므로 마당가에서 방에서 무슨 소리나 나는지 주의를 기울이곤 했다.  그러다가 외할아버지가 안계실 때 들어가서 실컷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그러고보니 어릴 때부터 난 혼자서도 잘 놀았구만). 한 쪽 벽에 갓이랑 도포가 걸려있고(그렇다 외할아버지는 상투를 틀고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고 다니셨다.) 방안에 담배냄새가 불쾌하지 않게 배어있었다.  
외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상여 뒤를 가는데, 어린 아이에겐 좀 먼 그 길이 싫지 않았고 가는 길에 큰 뱀이 지나도 누구 하나 반응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였고 계속 울고 있는 엄마가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때부터 상여소리를 좋아하게 되었나부다..

행열이네 아빠
초등학교 3학년때인가 4학년때인가 행열이네 아빠가 돌아가셨다. 동네 어른 중에 젤로 좋아했던 아저씨였는데,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셨던 아저씨는 공장의 높디높은 굴뚝에 대신 올라가달라는 부탁을 받고 올라가시다가 떨어지셨다(그 뒤로 그 부탁한 아저씨를 많이 원망했었다). 그 후에 학교로 돌아와서 행열이가 병원에 실려가신 아빠가 찾으셔서 병실에 갔더니 아빠가 반은 이미 죽어계셨다는 말을 담담하게 말할 때가 기억난다.
동네 사람들과 행열이네 친척들은 딸만 넷 낳았냐고 아저씨한테 우스개소리를 많이 하셨는데 그래도 좋으시다면서 허허 사람좋게 웃으시던 모습을 어찌 잊을까, 우리 아빠가 딸이 더 갖고 싶다고 그 집 막내랑 우리집 막내를 바꾸자 한 소리에도 그렇게 웃으셨다.

초등학교 급우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선생님이 이상스런 애를 데리고 들어왔다. 키는 작고 얼굴을 창백하고 머리숱은 거의 없는.. 아파서 학교를 1년 쉬고 온 거라고 친하게 지내라고 그랬건만, 철딱서니 없는 애들이 그 후로 그애를 많이 놀렸었다. 체육시간엔 거의 운동을 하지 않았고 가끔 학교를 안나오기도 하다가 어느 날엔가는 쭉 안나왔던 거 같은데, 난 그냥 좀만 더 아프면 나을 것으만 생각했다. 먼 시간이 지난 후에 다른 친구한테 그 애가 백혈병이었고 그 병으로 하늘나라로 갔다는 얘기를 듣고 '소나기'를 읽고 났을 때의 그 기분이 되었다. 도무지 내 나이의 어린 친구가 죽는다는 게 이해가 안갔으니까..
그 애가 웃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친구 형
그 조그만 촌동네가 발칵 뒤짚힌 사건이 있었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연못에 젊은 사람이 빠져 죽었다고, 그 사람이 불장난하다가 내 얼굴을 판대기로 그어서 흉터를 남게 한(물론 판자를 빨리 부치라고  채근해댄 건 나다) 종철이네 형이라고..아들만 넷인가에 종철이가 막내에 늦둥이인 그 집은 겉으로 보기에 무탈했어서 설마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어른들은 술 먹고 자살했다고 수근수근되고 연못가에서 굿판이 벌어지고 했다. 그 굿을 하는 점쟁이가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치며 가슴이 답답하다고 형이 가슴이 답답해서 그랬다고..내성적이고 말수가 별로 없다고 들은 기억이 나는데, 그 후로 종철이는 형 얘기를 한번도 하지 않았던 거 같다.

동아리 선배
대학 1학년때 동아리에 선한 사람이라 기꺼이 말할 수 있는 2학년 선배가 있었다. 지금 이름이 생각났다. 태수선배..2학기쯤엔 2학년 선배들이 거의 다들 CC가 되어 짝이 있었는데 선후배 챙기랴 공부 챙기랴 정신이 없는 거 같더니 군대를 간단다. 왜 이렇게 편지 안쓰냐고 편지 좀 쓰라고  투덜대는 편지를 군대에서 가끔 보내오곤 했다. 난 동아리 활동을 접었고, 아웃사이더 생활을 시작하고..좀 지나서 동아리 여자 선배랑 마주쳤는데 그러더라. 제대하기 하루 전에 쫄다구가 미사일인지 뭔지 무기 닦는 거 도와달래서 도와주다가 터져서 죽었다고..홀어머니에 하나 있는 아들이었다고..선배가 눈물을 훔친다.

대학 동기
이름이 기억이 날듯 말듯해서 그 날 밤에 한참 생각하다가 기억해냈다. 임정준. 엄청난 거구의 정준은 온 사방 안친한 사람이 없다. 그 덩치에 여자동기들이랑 장난치는 거 보면 참 귀엽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운동도 좋아하고 과 활동에 워낙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인간관계도 좋아 나중에 사업하면 잘하겠다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다, 정말 어느 날 갑자기. 체육대회 그 다음 날인지 그 다다음 날인지 그 건강하던 정준이 집에서 자다가 죽었단다.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되기도 하나부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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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hua | 2009/09/26 00:32 | 나에 대한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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